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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Ψ영화Ψ 2008/02/27 23:28 by 달빛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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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과연 이 둘일까?



오만과 편견의 키라 나이틀리와 비커밍 제인의 제임스 맥어보이가 만난 영화 "어톤먼트"는 두 사람의 전작과 비슷한 분위기와 장르를 담고 있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 두 사람이 아니듯이 이 영화의 진정한 장르 역시 멜로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타이타닉보다 가슴아픈 사랑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글쎄, 멜로라기보다는 전기영화나 드라마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영화는 끝까지 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주인공이 브라이오니라는 한 소녀임을 알게된다. 아니 사실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타이핑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야 말로 그녀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지만 광고와 카피로 인해 이 소녀가 이 비극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임을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타이핑 소리로 시작된 영화 전편 내내 빠르게 울리는 타자 소리는 영화에 남다른 긴장감을 부여하는 한편 어딘가 조급하고 쫓기는 듯한 젊은이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대변한다. 또한 사실은 이 영화의 진행이 한 소녀의 상상을 타자로 옮기는 과정이라는 상징성까지 여러 복합적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이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리고 분별력 없는 사랑의 세계에서 몸부림친다. 그 분별없는 사랑이야 말로 이 영화의 핵심인것 같기는 하지만.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영국의 한 시골 지주집안인 탤리스 집안의 아가씨인 세실리아와 가정부의 아들이지만 집안의 후원으로 훌륭히 대학생이 된 로비는 아직 젊고 어려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주고 받을 수 없는 세실리아와 로비는 연못에 뛰어들거나 외설스럽기까지 한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어렵사리 표출된다.


그리고 그런 로비를 향해 13살의 어린 나이의 소녀다운 풋사랑을 간직한 브라이오니의 눈에 비친 언니와 로비의 모습은 이상하고 이해하기 힘들따름이다.


또한 탤리스 집안의 아들의 친구 자격으로 방문한 재벌 폴 마샬과 탤리스 집안의 친척인 소녀 홀리의 사랑 역시도 위태로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소녀는 아직 사랑에 대해 무지하지만 두려움과 호기심 속에서 그에 대한 호감을 품게 되고 폴 마샬 역시 어린 소녀를 향한 열정을 감추지 못하고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영화는 종종 시간을 뛰어넘어 브라이오니가 본 장면에서 역으로 브라이오니가 아마 둘 사이에서 있었을 법한 일을 상상하는 부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럼으로써 관객들은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엔 미처 눈치 챌 수 없지만 브라이오니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된다. 이 과정이 제법 여러번 반복되어서 영화 자체의 진행은 다소 지루하고 산만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화창하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교외의 모습과 어두컴컴한 건물 내부의 조화를 통해 색감을 대비시킴으로써 영화 전체에 영상미를 부여하는 데에는 성공한다. 또한 같은 건물 내부라 하더라도 실상은 범죄에 가까운 서로 애정을 확인하는 폴과 홀리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환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사회적 통념에 의해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하는 세실리아와 로비는 어두컴컴한 서재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분제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세상의 불합리함을 슬며시 드러낸다.



로비가 전한 편지를 통해 자신이 모르는 그에게 당황한 브라이오니는 홀리의 성폭행미수사건의 진실을 알면서도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로비가 열정에 못이겨 사랑을 고백한 데 쓰였던 편지는 그 증거가 되어 그를 감옥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감옥행과 전쟁 중 선택을 강요받은 로비는 프랑스로 가 전쟁을 하게 된다. 회색과 검은색이 주를 이루는 영상은 아름다우면서도 음울해서 전쟁의 승리나 패배가 아닌 전쟁의 비극성을 한층 강조한다.


집안과의 연을 끊고 간호사가 되어 로비를 기다리는 세실리아와 그저 세실리아에게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로비. 그리고 세월의 흐름 속에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실수를 깨닫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 브라이오니. 역시 간호사가 되어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보며 로비의 모습을 상상하고 자신이 로비에게 저질렀던 과오의 무게를 생각하게 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마침내 전쟁에서 돌아온 로비와 세실리아가 만나게 되고 브라이오니는 그 둘에게 자신이 보았던 진실을 '운율없이, 수식어없이'사실 그대로 다시 진술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원로작가로서 은퇴를 앞둔 브라이오니는 그 모든 이야기를 소설로서 '운율없이, 수식어 없이' 진실만을 써냈음을 고백한다. 다만 로비와 세실리아는 끝내 만나지 못했으며 그것은 자신이 그들에게 줄 수 있었던 마지막 안식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로비와 세실리아의 사랑은 타이타닉의 그것처럼 그렇게 애닲거나 슬프지는 않다. 그렇게 말하기에 둘의 사랑은 지나치게 짧은 순간의 열정에 가깝다. 그러나 정작 슬픈 것은 브라이오니의 사랑이다. 소녀 시절의 사랑을 배신한 스스로에 대한 미움, 평생 언니와 풋사랑 상대에 대해 항상 느끼는 죄책감, 그들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것에 대한 자책. 이 영화를 브라이오니의 소설이라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녀는 평생토록 그 소설의 이야기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새기고 고민해 다시 그 때 무슨일이 있었을까를 되짚어가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무게를 다시 느껴야 했을 것이다. 그녀가 살아왔던 긴 시간 동안 그만큼 괴롭고 고통스럽게 그녀를 잡았던 것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 소설을 공개함으로써 마침내 그 짐을 내려놓게 된 브라이오니의 깊은 눈가의 주름은 그 기억에 한층 깊은 무게를 담아 주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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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것은 이미지와 영상의 훌륭함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둘의 감정이랄까. 두 사람의 사이에 남아있을 사랑이 전해졌다면 좀 더 가슴아프게 다가올 영화였는데 세심한 화면구성과 등장인물의 심리표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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